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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획 & 디자인 컨셉
1-1. The Move는 왜 만들어졌나요?
근년의 메타버스 붐으로 가상공간 컨텐츠가 다수 만들어졌지만, 국가 / 기관 / 단체 차원의 기능 위주 컨텐츠나 개인의 작가주의적 컨텐츠가 대부분으로, 가상공간의 건축 디자인적 특성을 깊이 탐구하고 이를 활용하여 제작된 컨텐츠가 부족합니다.
철골구조 / 커튼 월 / 엘리베이터가 고층빌딩 건축양식의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가상공간의 등장 또한 건축 / 공간 / 디자인 관점의 패러다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 건축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반대로 현실과 전혀 무연한 컨텐츠들만이 제작되고 있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이에 건축 디자인적 측면에서 가상공간의 특징을 연구하고, 이를 표현한 가상공간 건축 컨텐츠를 제작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1-2. 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선택했나요?
"One evening as I was working late on the building I made a sketch of a freestanding wall, and I got a shock. I knew it was a new principle."
- Mies, Six Students Talk with Mies. North Carolina State College. Spring 1952
“건축은 언제나 공간으로 표현된 시대 의지”라고 말했던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이하 미스)는 근대 건축의 거장 중 한 명으로, 그가 설계한 1929년 국제 박람회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현대 건축의 랜드마크 중 하나이며, 대리석 / 유리 / 강철과 같은 재료로 미니멀하고 추상적으로 구축된 그의 대표 건축입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수직 수평의 직선과 정사각형, 직사각형의 절제된 표현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같은 시기의 신조형주의와 결을 함께합니다. 더 스테일의 중심인물이었던 몬드리안이 점 / 선 / 면을 이용해 다양한 구성을 만들어낸 것처럼,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또한 다양한 건축 평면의 바리에이션이 존재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가상공간에서 구현해 보고자 한 것은 단순히 현실 세계에서 필요한 시공 비용의 절약을 넘어선, 벽 / 바닥 / 지붕 등의 구조체가 가상공간에서 물리적 한계를 초월해 변화하며 건물의 공간 구성 원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 미스 반 데어 로에 (1929) ⓒfundacio mies van der rohe barcelona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 피에트 몬드리안 (1928, 1930, 1939) ⓒKing&McGaw
2. 건축 평면 디자인
“As much Mies as possible”
-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Neue Nationalgalerie renovation concept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 가상공간에서 자유롭게 변화하며 만들어낼 새로운 건축 평면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공간, 구조, 미학적 철학을 분석하여 조건을 설정하고, 이를 충족하는 새로운 건축 평면을 만들었습니다.
2-1. 조건 설정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벽, 바닥, 지붕 등이 서로 맞닿아 있으면서도 독립적인 디자인 논리를 가지고 있어, 공간 구성 요소별로 조건을 설정하였습니다. (이하 사진 ⓒ에르사츠_장유진)
A. 대리석 벽, 유리 벽
대리석 벽과 유리 벽은 지붕의 하중을 받지 않는 구조적으로 독립적인 벽입니다. 축 위에서 위치와 길이를 조정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집니다.
실내를 구성하는 외벽은 항상 일부분 유리 벽을 사용하였고, 실내의 벽들은 꺾이지 않는 하나의 직사각형 면으로 배치하였습니다.
B. 오닉스 벽
다른 벽들과 달리 오닉스(onyx) 벽은 다른 벽과 연결되지 않으면서 실내에서 시선을 차단하고 공간을 분할하는 유일한 벽이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이런 독립성과 유일성을 강조하기 위해 새로운 평면에서도 오닉스 벽은 다른 벽과 연결하지 않고 같은 길이로 실내에 위치시켰습니다.
C. 바닥
바닥은 걸을 수 있는 트래버틴 바닥과 얕은 물로 채워진 수공간의 2종류가 존재합니다.
1.09m×1.09m의 균등한 격자 위에 바닥과 수공간 사이의 경계와 줄눈이 위치하며, 벽체의 길이 또한 이 시스템을 따르고 있습니다.
D. 지붕과 기둥
지붕의 경계선은 벽체선과 겹치지 않고, 벽체의 끝점과 만나지 않으면서 1.09m×1.09m의 바닥과 동일한 격자 위에 위치합니다.
지붕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기둥 또한 벽면과 겹치지 않으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위치합니다.
참고문헌
2-2. 완성한 평면
Original Plan
New Plan 1
New Plan 2
New Plan 3
New Plan 4
New Plan 5
제작 과정
3. 변화 표현 디자인
어떤 움직임과 재질 표현을 통해 한 평면에서 다른 평면으로 건물을 변화시킬 것인지 고민하였습니다. 변화 효과 또한, 분석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공간 구성 철학이 돋보일 수 있도록 의도하였습니다.
3-1. 움직임
A. 벽
벽체는 벽이 놓인 축 위에서만 이동시켜, 신조형주의적 직선 표현의 절제성을 계승하고자 하였습니다.
다만 벽체의 속도와 길이는 수시로 변화시켜, 가상공간의 자유도와 더 많은 가능성을 느낄 수 있도록 의도하였습니다.
B. 바닥, 지붕
바닥과 지붕은 벽과 독립된 존재임을 강조하기 위해 수직 방향으로 이동시켜 벽과 차별되게 하였습니다.
또한 격자 단위 크기(1.09m×1.09m)로 산재시켜 덩어리 감을 최소화, 공간 구성 원리에 있어 부차적 존재임을 표현하였습니다.
3-2. 재질
A. 벽면 재질
미스는 반사도가 높은 광택 재료들을 이음매가 최대한 보이지 않게 사용하여 건축적인 매끈함을 추구하였습니다.
벽체가 움직임에 따라 서서히 발광하도록 표현하는 것을 통해 변화를 강조하고 이 건축적 매끈함을 계승하였습니다.
B. 배경
구조체의 움직임과 벽면 재질의 변화를 통해 작품은 평면이 완성된 구간(현실)과 그사이의 변화 구간(가상)으로 분리됩니다.
변화 구간에서는 배경을 검게, 평면이 완성된 구간에서는 환경광과 바닥을 추가하여, 현실과 가상의 대비를 강조하였습니다.
다른 변화 표현 후보들…
4. 렌더링 & 퍼블리싱
작품을 웹게임과 영상의 두 가지 방식으로 발신하기로 하였습니다. 웹게임 형태로는 직접 작품 속을 돌아다녀 보는 등 실시간 렌더링을 통해 자유롭게 공간을 체험할 수 있으며, HMD기기가 있다면 VR로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영상은 의도한 앵글과 구성을 통해, 공간을 사전 렌더링 된 높은 품질로 느껴 볼 수 있습니다.
4-1. 웹게임
4-2. 영상
5. 마치며…
The Move는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잠재적인 건축 평면 바리에이션의 연속적 경험으로 건물의 공간 구성 원리를 전달하는 것을 통해 가상 공간의 건축적 가능성에 대해 탐구한 작품입니다.
새로운 평면을 일일이 사람의 힘으로 디자인한 부분이 다소 아쉬운 점으로,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새로운 평면을 자동 생성하고 이를 웹게임 상에서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것을 통해 무한한 개수의, 언제나 다른 모습의 바리에이션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가상 공간의 건축적 가능성을 다른 차원으로 확장할 것입니다.